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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키우기

아들에게 자전거 가르치기

" HOW TO TEACH YOUR CHILD TO RIDE A BIKE "

 

  따스한 봄날의 볕이 기분좋게 머리를 데우는 꽃향기 충만한 주말, 이틀간 스파르타식 자전거 교육을 이수한 아들과 함께 남양주 마석역에서부터 대성리역까지의 자전거 도로를 타고 아들과 첫 라이딩을 다녀왔다. 

 

  최근 날씨가 풀려서인지 넓직한 공원이나 공터에서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는 아빠들을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부모가 되어보니 내 아이들 또래의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눈에 자주 띄고 관심이 가는 일이 많다는 것은 모든 부모라면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아들보다 두살이나 어린 초등학교 1학년 조카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눈에 담은 나는 이번주에 필히 아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야 겠다는 강한 사명감을 느꼈다. 사알짝 늦은 감이 있어보이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미루고, 미루고~ 미~루~어 왔던 자전거를 마스터시켜야겠다는...

 

난 비장했다. 

 

 

- 나의 계획 -

 

목표 : 연습용 자전거로 자전거 교육을 마친 후 아들에게 빨간색 스포츠카처럼 멋진 자전거를 사주는 것

실행방법

 

1. 아무곳에나 처박아도 상관없을 막되먹은 싼 연습용 자전거를 당근에서 세팅

2. 공터에서 연습용 자전거로 균형감각과 페달링 연습으로 1시간만에 자전거 기본기 마스터하기

3. 반복된 주행으로 연습용 자전거 숙련도 올리기

4. 빨간색 스포츠 자전거 사주기

5. 시뻘건 스포츠카로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초록함을 맡으며 라이딩하며 행복 충만해하는 아들 바라보기

 

  무튼, 친동생에게서 분리수거날 버리려고 둔 귀한(?) 연습용 유아자전거(아들이 섰을 때 발이 지면에 닿도록)를 습득한 후, 자전거에 시큰둥한 아들을 엄마의 반협박으로 강행

아들의 전투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 2살이나 어린 시현(가명)이가 타는데 넌 아무렇지 않아? "

" 응, 괜찮아, 걔는 걔고 나는 나잖아! " (그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너는 너다를 강조한 교육이 하필 이때 빛을...)

" 응 됐고, 니맘 안 괜찮은거 다 알아~!, 가자~ "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곳에 푹신한 인조잔디로 된 야외 배드민턴장으로 향했다. 한번이라도 넘어져 다치면 집으로 내달릴 아들인걸 알기에...

 

  아파트 꼬맹이들이 기피하는 한참 볕이 따사라운 점심 직후인 첫번째 그날... 5월 초, 그리 덥지 않은 날이었지만 더도 덜도 아닌 2시간의 봄볕에 한여름 수박 쪼갰을 때 나오는만큼 땀을 갈아넣었다. 

 

누가 그랬던가... 두들겨 맞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고~ ㅜㅜ

 

내가 허리를 수구려 안장을 잡은 채 밀고 공포에 질린채 두발 달린 기계는 처음인 아들은 출발부터 신체밸런스를 한쪽으로 최대한 기울인 채, 불안해하며 나아가기를 수차례... 나의 체온은 상한가로 내달리고 허리는 끊어질거 같아 조금 민 다음 손을 놓기로 결정~!

힘차게 나아가리라 믿었지만 안장을 잡던 손을 놓을 때마다 어김없이 휘청거리다 정지. ㅠㅠ

1시간가량이 지났을까... 

' 아직은 무리인가... '

' 요녀석은 배울 생각이 없는데 내 욕심인건가 '

' 지 좋으라고 가르치는데 엄살과 짜증을 감히...'

...

별의 별 생각이 나에게 오늘은 그만하라고 난리난리, 내 인내심도 ...

잡은 손을 몰래 놓았을때 아슬아슬하게 나아가다 얼마 못가 넘어지기 일쑤다.

'아빠를 믿어봐, 페달을 더 굴려야지, 시선은 페달이 아니라 앞을 봐야지, 안 쓰러질려고 노력해야지!'... 각 문장을 100번정도 하지 않았나 싶다. 

 

증말 세상엔 공짜가 없구나...

 

2시간이 지나자 내게 드뎌 사점이 찾아오고 말았다. 허리중추는 내말을 듣길 거부했고 배도 등딱지에 붙고 해질녁도 아닌데 하늘은 왤케 노르스르무한건지... 

 

' 그래, 첫술에 배 부를순 읍지 '

 

때마침 아들은 잘 타고 싶은 욕심인지 내 바램을 인지한것인지 모르지만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고 넘어지는 와중에 페달에 정강이쪽이 까지고 멍이 들었다. 그리곤 울음을 터트렸다. 

 

첫날은 내가 졌~다, 가자, 아들아. 

 

자전거 수업 두번째 날

그나마 어제 배운게 휘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 나는 어제 후유증으로 최소 하루는 쉬어야 한다는 아들녀석에게 아이스크림 1개를 포상으로 걸었다. 늘 5학년인 누나와 동등하게 드셔왔던 아들에게 누나완 별개의 아이스크림 한개는 분명 강력한 인센티브 역할을 하리라 믿었고 아니나 다를까...

' 누난? '

' 이 미션은 아들 혼자 하는건데 여기서 누나는 왜?, 당연히 너만 먹는거지! '

' .... '

' 일반 바 말고 네가 먹고 싶은거 1개! '

' 1개? "

' ... ' (호가 경매 시작인건가, 조금씩 올리면 가오 안 산다)

' 3개! ' 

' 어디까지 하면 3개인거야? ' (요 녀석 제법 컸네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 인조잔듸구장 2바퀴를 시계방향,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 미션 성공으로 하자 '

' 알았어 ' (지 좋으라고 하는건데 무슨 큰 인심인냥... 참자.)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왠일로 시작부터 어제완 다르게 제법 잘 타고 자전거가 넘어지는 일도 눈에 띄게 줄음에 신줄이 난건 나였다. 자전거 균형이 잡혀나가자 아들에게도 자신감이 붙었고... 그러다 5미터정도를 균형을 잡으며 완주!!

 

우리 둘은 격한 하이파이브에 이어 가볍게 껴안았고 아들의 입에서 기다렸던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 아빠~, 나 잼있어! "

아니 이게 뭐라고... ㅋㅋㅋ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그 후 일사천리였다. 5미터는 금새 10미터가, 10미터는 금새 20미터가 되었다. 부(富)라는게 이렇다고 어디서 본거 같은데... 암튼 균형을 잡기 시작하자 모든게 순식간으로 느껴질만큼 진도가 빨랐고 아들은 결국 잔디구장을 시계방향, 시계반대방향으로 2바퀴 도는데 성공했다. 

   당연히, 아이스크림 3개(와 2개, 빵빠레 1개)의 포상식은 즉각적으로 행해졌고 당당하게 집으로 귀환~

 

 

대부분 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자전걸 가르치시죠? ㅋㅋㅋ 

호기심에 네이버에 자전거 가르치기라고 검색해보니 이렇게 뜨네요. 

 

자전거 가르치기 네이버검색

 

  나는 자전거를 어떻게 배웠을까 생각해보니 동네 형들이 타고 노는 것을 몇번 얻어타며 내리막길에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여러번 다쳤으나 크지 않았으니 내 기억엔 없겠지만 일단 겁이 없었고(지금은 있지만 ㅜㅜ) 타면 재미있을거란 한가지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가르친다는 게 아니라 배운다는 아이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이걸 타면 재미있을거란 종교같은 믿음이 아이를 빠르고 분명히 배우도록 만든다. 

 

  사실 자전거를 배울 때도 잡아주는 건 몇번뿐, 중심을 잡지 못해 생기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이들은 이론적으론 절대 아무것도 배울 순 없다. 부딪치고 넘어져야만 하며, 그러한 작은 사건과 사고들로부터 몸이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

 

생각해보자~  

 

사실, 자전거는 잡아주면 아이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아이가 자전거를 배우는 순간은 안장을 잡은 손을 놓은 후에 일어난다. EBS 교육 다큐에서 본적이 있는거 같다. 아무리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도 핸들 조타에서 좌우가 바뀐 자전거는 단 1미터도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다고 했고 자전거를 잘 타는 수백명의 일반인 실험으로 입증해 보였다.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해야 하는 것,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다. 

 

첫날 아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칠 때, 까진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비록 타진 못했지만 대견하다 말은 해 주었지만, 자신에게 기대를 건 아빠의 바램대로 자전거를 얼른 잘 타지 못해 미안해하는, 아들의 예쁜 마음은 헤아려 주지 못한 거 같다. 

 

아들에겐 많이 넘어져 봐야 비로소 잘 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면서도 난 매사에 넘어지지 않으려고만 했고 내가 넘어지는 것을 누군가 알까봐 두려워하고 아무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드는 순간이다.  

 

내친 김에, 일주일 정도가 흐르고 아들과 집앞에서부터 대성리역까지 5키로 정도(왕복 10키로)를 함께 라이딩했다. 

 

남양주 대성리역 앞 반환점

"절대 놓지마!"

"놓으면 안돼~!"

"잡고 있는거지?!"

라고 걱정하며, 내 도움속에서 어설프게 페달을 밟은 아들, 신나게 페달을 밟다가 아빠가 손을 놓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잠깐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을 찰나와 함께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에 한껏 고취된 아들의 얼굴을 내가 잊을 수 있을까?

아들과 즐거운 시간이었고 또 다른 기회에 다른 모습으로 만나고 싶은 기억이다. 

 

나도 아직 정확히 배우지 못했지만 나의 아들은 배우길 바란다. 

아니, 아들은 분명하게 배웠으리라 믿는다. 

 

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익숙치 않은 낯설기만 한 균형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을 때까지 연습하면 자전거처럼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자전거를 갓 배운 아들과 첫 라이딩

내가 결혼 전부터 바래 온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아들과 함께하는 라이딩"

뒤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느끼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으니 자꾸 첫날이 떠오른다. 

아들이 두려워 했던 건 나를 실망시킬까봐 걱정했던게 아닐까.

왜 잘 못하는지 채근하며

'계속 발을 움직여야지!, 페달을 더 밟아야지, 머리를 들고 앞을 봐야지, 팔을 쭉 뻗어 핸들을 꽉 잡아야지' 이래라 저래라 일일이 가르치려 하지 말고 은혜로운 부처님 혹은 예수님이 되어 부드럽게 말하고 충분히 기다려주면 될 일이었다.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는 부모님들은 아셨음 좋겠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재미있지만 배우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넘어질 수 있고 실패하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지만 다시 일어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는 일이란 것만 알려주어도 아이는 해낸다. 

 

아들과 함께 라이딩

아들의 자전거는 내가 원한 빨간색이 아닌 검은색과 빨간색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21단 MTB다.

아들이 자랄 것을 계산해 더 큰 자전거를 샀으니 현재 아들이 타기에 편치 않고 불안할 수 있지만 아들이 빨리 자랄거란 내 기원이 빠르게 현실이 됐음 좋겠다.

 

두번째 날은 아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당연하니 기다려 줄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들의 긴장을 풀게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이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 자전거 가르치는 핵심 비결

 

1. 아이들은 모두 다른 속도로 배우기 때문에 얼마가 걸리든 간에 아이들 스스로의 노력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의 집중력(우리의 참을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참고해 당장 가르치려 하지 말고 며칠간 아이의 나이와 기질에 적절한 부모의 일정 시간의 공을 들이자. 

 

2. 자기는 할 수 없다며 물러날 수도 있지만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류를 위험에서부터 지켜온 훌륭한 본성이다. 모르는 것, 낯선 것을 해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며, 당장 배우고 얻는게 없어도 괜찮다고, 한번 더 해보자며 용감한 자아를 심어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 자기 자신만의 작은 성취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3. 흥미를 느끼지 않는 아이들에겐 작은 보상(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약속하라. 만약 보상이 너무 크면 아이에게 압박만 가중시킬 수 있으니 작은거로다가~^^

 

4. 순서는 멈추기-균형-페달링-방향바꾸기 로 단계를 잡으시면 좋습니다. 기본은 멈추기(브레이크 잡기)입니다. 

 

 

 

지금까지 아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며 느끼고 배웠던 내용이었고 자전거를 가르치려고 계획중인 부모님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일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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