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들키우기

#4. 걱정 VS 강박증

사람은 누구나 걱정을 합니다. 사실 약간의 걱정은 삶에서 도움이 됩니다. 만약 내일 아이가 어떤 시험을 봐야 한다고 하면, 이때 아이가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도 아이가 시험공부를 할까요? ^^

 

아마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험에 대해 어떤 걱정도 하지 않는다면,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겁니다. 

 

1. 괜찮아. 엄청 쉬울거야. 복습 같은 거 할 필요도 없어. 상위권에는 들거 같아. 

2. 시험 결과가 안 좋아도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 

 

긍정적인 것과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좋은 일이겠으나, 약간의 걱정이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제 큰 도움이 됩니다. 약간의 걱정은 우리 뇌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약간의 걱정은 아이들이 시험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고 꽤 나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만듭니다. 직관적으론 공부를 안 했을때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게 될 겁니다. 

 

그러나 약간의 걱정과 강박증은 아주 다릅니다. 아래 이야기를 참고해보겠습니다. 

 

수용이의 이야기

수용이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요즘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행성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내일 지금까지 배운 행성들에 대해 쪽지시험을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수용이는 조금 불안해졌습니다. '내일 시험을 못 보면 어쩌지? 내일 시험을 잘 보려면 집에 가서 공부를 좀 해 둬야겠어'

그날 밤, 수용이는 공부를 하기 위해 책가방을 열어서 노트들을 꺼냈습니다. 수용이의 노트들은 과목별로 깔끔하게 라벨을 붙여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과학 이라고 써진 노트를 발견한 수용이는 행성 목록을 찾아 읽기 시작합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수용이는 자기가 안다고 생각할 때까지 계속 공부합니다. 수용이는 시험에 대한 불안이 작아지기 시작해지는 것을 느끼며 노트를 덮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노희의 이야기

노희는 수용이와 같은 반으로 내일 있을 과학 쪽지시험을 못 볼 것 같아서 불안하고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책가방을 엽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책가방을 한번에 여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책가방을 다시 잠그고 여는 행위를 계속 반복합니다. 지퍼에서 어떤 특정한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가 마음을 뺏어가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노희의 노트도 과목별로 깔끔하게 라벨링이 되어 있습니다. 과학 노트를 보자, 머릿속으로 한마디씩 말합니다. "기역, 오, 아, 히읗, 아, 기억..." 멈출 수가 없습니다. 뭔가 딱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 머릿속으로 '과학'을 몇 번 더 반복합니다. 

이제 행성 목록을 찾아 외우기 시작합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그런데 여전히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러면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노희는 수성이라는 글자를 손가락으로 한번 톡 치면서 읽습니다. 이번에는 금성이라는 글자를 두번 톡톡 치며 읽습니다. 

노희는 슬슬 스스로가 답답해지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벌써 30분이 지났습니다. 그만하고 싶지만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노희는 특정한 순서로 항상 어떤 행동을 해야 합니다. 

 

강박증은 배고픈 괴물과 비슷합니다. 아이가 강박증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무언가를 반복할 때마다 또는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괴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것이고 계속 괴물에게 먹이를 준다면 괴물은 점점 더 강해집니다. 지금 당장은 강박증이라는 괴물이 모든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겠지만, 먹이를 끊고 괴물과 맞서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고픈 괴물

 

우선,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각 :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뇌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입니다. 

감정 : 우리의 몸과 마음이 느끼는 것으로 행복이나 기쁨일 수도, 슬픔이나 걱정일 수도 있는 마음상태나 기분을 말합니다. 

행동 : 몸으로 쓰다듬기, 놀이하기, 시험보기 같은 어떤 일을 하는 것입니다. 

 

CBT 연결고리

 

위 세가지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은 감정과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자기 자신에게 머릿속으로 하는 말도,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달라집니다. 또한 무엇을 느끼는지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농구라는 사랑하는 취미가 있습니다. 내일 중요한 농구시합에 나간다고 하면 조금 긴장되지만 '내일 열심히 해봐야지, 우리팀이 이기든 지든, 난 시합을 즐길거야." 라고 생각하면 긴장감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내일 시합은 끔찍할거야. 우리 팀 애들하고 손발도 덜 맞고 못하는 팀원도 많아. 하나도 재미 없을거 같은데 일이 있다고 빠진다고 해야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제 기분이 어떨까요? 가끔 우리가 하는 생각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질 않는 생각들 말입니다. 

 

강박증도 이와 비슷합니다. 특정한 횟수만큼 손을 씻지 않으면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이건 생각입니다.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걱정이 되고, 이것은 불안한 감정입니다. 그래서 손을 계속 씻습니다. 이것은 행동입니다. 

 

강박증을 다루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항상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의 강박사고가 잘못되었다는 것과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 어떤 걱정스러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 스스로 증명해 보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아이가 힘들어 할 때, 아이가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자기 자신을 응원하는 치어리더가 될수 있도록 아래의 문장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 "강박증이 있으면 힘들어. 극복하는 건 더 힘들수도 있어. 그래도 난 이겨 낼 수 있어"

 

- "강박증 때문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 그래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거야"

 

- "난 평범해. 이상한게 아니야. 강박증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는 상관없어."

 

-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강박증 때문이란걸 알아야 해"

 

- "난 용감해. 아무리 강박증이 괴롭힌대도 이길 수 있어!"

 

- "내가 강박증보다 더 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