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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오늘

1 앞의 0인 아버지_1

 

사랑했던 이의 사라짐은 슬픕니다.

아무리 씹어 삼키려 해도 씹어대도 징걸거리기만 할뿐 도무지 삼켜지지가 않습니다.

 

아버지의 사라짐

 

 

오전 1130, 수원에 사는 동생에게서 떨리는 진동을 닮은 전화가 왔습니다.

 

, 요양원에서 아버지 호흡이 힘들다고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겼나봐, 가는 길이니 형도 빨리 와봐야 할 거 같아!”

 

최근 나 살길 찾느라 바빠 한동안은 잊고 있었던 아버지였습니다.

 

'겨우 두 달 전, 요양원으로 옮기신 아버지에게 또 무슨 일인걸까?'

 

걱정이라기 보단 귀찮음이 밀려오고 미간에 주름이 집니다.

나에겐 밤마다 뜨는 달의 느낌이었습니다. 어김없이 오늘도 하늘 어딘가에 새로울 것이랄 게 전혀 없는 뻔하디 뻔한 모습으로 떠 있는 그 달 말입니다.

 

아버지와 아이들

 

어릴 적 아버진 힘이 쎄시고 똑똑한 머리에 높은 사명감과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을 도덕심으로 치장된 영웅이었지만 제 머리가 굵어짐에 따라 영웅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다시 일반인에서 실망스런 존재로 짧은 시간안에 몸을 옮기셨다. 시간은 아버질 영웅에서 나락으로 몰아내는거 같아 보였습니다.

 

아버지 당신에게 없는 걸 물려주려 하셨고, 당신은 배우고자 하지 않으시면서 우리에겐 배워야한다고 강조하셨다. 없는 걸 줄 수 있을 리 없고, 자신이 못하는 걸 타인이 못한다 욕할 순 없는 법입니다.

 

타인을 재는 줄자와 자신에게 대보는 줄자의 규격이 맞지 않았던 아버지는 평생을 강하신 척하시느라 힘을 소진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영웅이고자 하는 일반인

 

그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었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어서 일까요... 별로 슬플거 같지도 마음 아플거 같지도 않았습니다. 실제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의 마음은 편안했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병원 1층 접수실에 문의하니 응급실은 별관으로 있으니 그곳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별관으로 이동해 응급병동 1층에서 입실 서류를 작성하고 내부로 들어섰습니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전자 비프음의 요란스러움을 지나 안내받은 응급실 내부로 들어서고...

 

누워계신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 있는 누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산소호흡기를 코와 입에 두른 채, 베드에 누워 가쁘게 숨을 이어가고 계신 아버지를 보는 순간...

 

마치 누군가가 이 순간을 위해 애정을 쏟아 편집해 둔 영상을 쏘는 것처럼, 제 머리속에 과거 아버지 속을 썩이고, 대거리를 하고, 아버질 방치했던 제 자신에 대한 수없는 영상과 사진들이 휘몰아쳤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일순간 몸의 수분을 전부 쥐어짜 내려는 듯 눈물이 끝도 없이 마구 흘러 내렸습니다. 

그 순간 이 생각뿐이었습니다. 

 

' 아버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제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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