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테슬라가 바꾸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보겠습니다.
고용의 관점에서 보는 테슬라는 어떨까요?
근래까지 자동차 산업은 기술집약적이라기보단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습니다.
제조업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고용 인원을 자랑한다는 것은 역으로 많은 인력의 힘을 통해 산업이 돌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엔지니어 숫자보다 자동차 조립 인력의 숫자가 훨씬 많은 것이 자동차 회사의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예를 들면, 연구소에서 일하는 엔지니어가 1만 명이라면,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인력이 5만 명쯤 되는 식입니다.
여기서 알수 있듯,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은 하이테크라기보다는 엄밀히 말해 로테크 산업에 더 가까웠습니다.
테슬라는 완벽하게 기술집약적인 회사입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를 생산하는게 전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소프트웨어상으로 세밀하게 운용하는데 많은 고급 엔지니어가 투입됩니다.
테슬라 차량에 기본 탑재되는 통합전자제어 플랫폼에는 고도의 AI반도체, 그리고 통합제어를 위한 고도의 소프트웨어 운영체제가 들어갑니다. 차량에서 수집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을 하고 관련 알고리즘을 개선해 나감으로써 자율주행을 완성해나가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완벽하게 엔지니어, 고릅 기술자 중심의 회사로 차량 조립인력도 당연히 필요합니다만, 생산 부문에서도 단순 조립 인력보다는 생산 기술(차량이 설계된 대로 생산될 수 있도록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나 생산(차량이 설계대로 조립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엔지니어들이 주류입니다. 메이저 자동차회사 출신의 톱 클래스 엔지니어들이 많이 스카우트돼 왔습니다. 즉, 테슬라로 인해 자동차 산업이 완전히 지식노동의 형태, 지식 노동자들이 집약된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볼까요?
자동차 생산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뛰어난 기술 인재들이 버티지 못하고 외국 기술 기업으로 탈출하는 일이 점점 심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뛰어난 한국 인재들이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구글, 심지어는 일본의 도요타 AI연구소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차로 대표되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큰 장애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첫번째, 처우 개선 측면에서 단순 생산직이나 하이테크 연구원간에 크게 차이를 두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앞으로 점점 덜 중요해지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많은 임금을 받고, 숫자도 훨씬 많으며, 노동유연성도 바닥이라는 것입니다. 호봉제의 혜택에서 멀리 있는 젊은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어떻게 봐도 말이 안 됩니다~
테슬라에서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의 연봉은 어느정도 될까요?
테슬라에서도 생산직과 엔지니어들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연봉을 받을까요?
현대차의 노무 환경이라면, 젊고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임은 분명합니다.
두번째, 엔지니어의 능력에 따라 신상필벌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노조에게 끌려다니며, 뛰어난 엔지니어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기도 오려운 구조에다가,
일을 게을리하거나 자질 또는 능력이 부족한 엔지니어를 내치기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엔지니어의 능력에 따라 하는 일이나 성과가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보상은 거의 일률적이라는 거죠.
이런 환경이면 조직은 썩게 마련입니다.
몇해 전, 적은 인원으로 놀라운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유명한 넷플릭스의 사례를 한번 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2018년 미국 기술직 근로자가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 '직원이 행복한 기업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지만 정해진 휴식 시간은 없는 회사입니다. 식사 시간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에 몰두하는 직원도 많다고 합니다.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도 넷플릭스가 인기 있는 일자리가 된 비결은 '자유와 보상'입니다.
넷플릭스 임직원은 자신이 맡은 일의 의사결정과 진행을 자신의 재량으로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결정한 내용을 상사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과만 회사 전체와 공유하면 되며,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해도 성과급은 따로 없습니다.
대신 매년 동일 분야 최고 수준의 연봉을 보장받습니다.
넷플릭스에 남는 것 자체가 성과급인 셈입니다.
자유가 큰 만큼 책임도 큽니다. 넷플릭스는 경쟁 업체에 빼앗겨도 아쉴울 것 없는 직원이라면 망설임 없이 해고합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고용시장으로 인해, 주변국의 시샘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이 골디락스 경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이겠죠.
현대차 엔지니어들의 근무환경은 어떨까요?
서식을 갖춰 보고해야 하는 것들이 매우 많고, 일을 아무리 잘해도 그에 맞는 파격적인 연봉은 꿈일뿐입니다. 반대로 일을 못한다고 해서 회사에서 쫓겨날 위험도 적지요.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주 52시간 노동제 등의 이유로 일하는 시간조차 각자 자유롭게 정할 수 없습니다. 또 능력이나 아이디어가 탁월하닥 해도, 연차가 낮으면 조직 내에서 톱니바퀴 같은 역할에 만족해야 하니 유능한 직원일수록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말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최고의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최고의 직원들 사이에 무능한 직원들이 섞이면 팀 전체의 퍼포먼스가 급락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최고의 멤버들과 함께 일할 때 서로 많은 것을 배우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일론 모스크 역시 인재가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당신의 분야에서 반드시 일류만을 뽑아야 한다"
테슬라에서 1년 일하는 것은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 5년 일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론이 현장을 수시로 돌아다니는 데다, 요구사항도 많고 엄청 까다롭습니다. 그런데도 테슬라는 미국 공대생들이 졸업 후 가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스페이스X와 함께 1,2위를 달립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노동집약, 로테크 산업에서 기술집약, 하이테크 산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닙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구조조정이 인력을 절대적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단순 조립과 내연기관 엔지니어들 쪽에선 감원이 일어나겠지만, 전자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더 많은 수를 충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기계공학 엔지니어 자리가 줄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에너지 관리 전문가, 데이터 전문가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새로 필요한 인력은 고연봉을 자랑하지만 '사람이 없어 못 구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분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현대차 등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이제라도 선제적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성 노조, 경직된 노동환경 등으로 혁신이 어렵습니다. 미래차 기술로의 전환, 특히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글로벌 경쟁 기업들에 비해 더디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노조 반대로 현대차의 인력 조정 관련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고 있고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데 더 가슴이 아픕니다.
자동차 공장의 대표적인 생산직인 조립라인의 인력은 얼마 안 가 절반은 필요 없어질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지금 한국 완성차 회사에 근무하는 생산직의 10~20%만으로도 충분히 돌아가게 될 겁니다. 테슬라가 그런 환경을 가장 먼저 이끌고 있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겁니다.
테슬라에는 현재 AI 개발과 관련한 천재급 엔지니어들만 7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 분야 엔지니어들을 합치면 일류 엔지니어만도 수천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미국이라는 유연한 고용시장 속에서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고, 점심시간에도 샌드위치 먹으며 일하고, 필요하면 주말도 나와 일합니다. 물론 그에 합당한 보상이라는 개개인의 목적이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성과와 목표를 위해 엄청난 집중력과 강도로 일하면서 물리적으로도 오래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투자할 수 있어 감사해지네요.
다음 포스팅에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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