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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람

테슬라는 과거 100년 역사의 자동차회사와 무엇이 다른가

테슬라를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테슬라의 비즈니스 접근법이 기존 자동차회사들과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테슬라 엠블렘

 

기존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를 대량으로 만들고 대량으로 팔아서 돈을 법니다. 애프터 서비스 부문에서 부품을 팔아 수익을 거두거나 공임으로 돈을 벌기도 하지만, 더 매력적인 자동차를 더 저렴하게 만들어 조금이라도 비싼 값에 판매함으로써 영업이익을 높이는게 핵심입니다. 

 

자동차 회사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아주 많은 돈을 씁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비슷한 품질과 성능의 차를 만들더라도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에 대한 추가 비용을 내는거죠.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이 그렇게 광고를 많이 하고, 유명자동차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려고 하고, 스포츠 대회 후원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자동차대회 광고판

 

따라서 도요타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중차 브랜드는 제조원가를 낮추고 비슷한 차를 더 대량으로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 중점을 두게 됩니다. 아무래도 벤츠나 BMW 같은 독일 기술도 무장해 비싼 값에 차를 팔 수 없으니 그런 식으로 영업이익을 높이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방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엔진과 변속기를 차대에 얹어 대량으로 생산한 뒤 대량으로 판매하는 형태는 100여 년 전 포드자동차에서 생산된 자동차 '모델T'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Ford 컨베이어 생산방식

 

이처럼 대량생산과 판매로 마진을 남기는 자동차 산업에서는 신규 참여자가 합류하기도 어렵지만 살아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일단 엔진과 변속기, 차체 등을 저렴하게 대량으로 만들려면 오래도록 축적된 자체 기술을 갖춰야 하고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견뎌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기존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회사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가격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부품 공급사 장악력 등으로 경쟁자를 죽인 사례가 자동차 산업 역사에는 무수히 많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가운데 제2차 세게대전 이후 완전히 새로 생긴 업체로 한국의 현대자동차(1967년 창립)가 유일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글로벌 메인 플레이어가 이렇게나 오랜 기간 바뀌지 않고 지속된 업종도 다시 없을 겁니다. 

 

 

차량을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테슬라의 전기차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회사의 방식과 다릅니다 즉, 자동차를 서비스의 수단으로 봅니다.

기존 업체들의 미션은 사실상 차를 파는 것에서 완료됩니다. 즉 그들의 관점에서 자동차 사업의 정의는 소비자들이 사줄 만한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겁니다. 더 저렴하게 만들어서 더 비싸게 팔아 최대한의 마진을 남기는 것이 수익 모델입니다. 

수입차 회사별 매출이익률

 

물론 테슬라 입장에서도 차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면서 원가를 줄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배터리와 고성능 모터뿐 아니라 값비싼 고성능 컴퓨터와 센서 등이 기본으로 탑재되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일반 차량보다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회사의 차보다 너무 비싸게 팔면 소비자가 선택을 해주지 않겠지요, 하지만 테슬라가 원가를 고민하는 건 어디까지나 전기차를 많이 보급해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사업을 더 제대로 하기 위함이지, 차량 자체의 판매 마진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밑지고 팔거나 차량 판매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원하는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도 전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을테니,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제조원가를 낮추고자 하는 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럼 테슬라가 어떻게 기존 자동차 회사를 이길수 있다는 것일까요?

'현재 1등이 잘하는 방식으로 백날천날 갈고 닦아봐야 이기기 어렵다, 기존의 연장선 위에서만 과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과제를 아예 새롭게 설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도요타의 원가 절감방식, 도요타생산방식(TPS)을 흉내낸다고 해서 도요타만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결국은 철학이고 문화이기 때문에 구성원이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100% 효과를 내기 어려운 시스템이죠, TPS 배운다고 돈만 잔뜩 들이고 효과는 제대로 못 낸 대한민국 기업들이 허다합니다. 

도요타 생산방식-TPS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도요타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1위였습니다. 도요타는 연간 1,000만대 정도를 만들지만, 폴크스바겐은 물론이고 르노, 닛산, 미쓰비시 연합도 다 그 정도는 만듭니다. 그런데도 도요타 시가총액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은 물량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 이익 창출 능력이 최고라고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

 

이런 구조속에서는 도요타가 스스로 넘어지기 전엔 누구도 1등 자리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도요타는 자만하는 법이 없거든요,

오늘도 열심히 원가절감 활동을 하고,

고객을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테슬라는 신생 자동차 기업입니다. 지금부터 도요타생산방식을 열심히 배우고 따라가서 원가를 낮춰 전기차를 판다고 생각해보죠, 그렇게 해서 도요타를, 또는 도요타가 앞으로 만들어낼 전기차를 가격으로 이길 수 있을까요? 일론 머스크는 생각했을 겁니다.

 

'답이 안 나오는걸?!'

 

도요타는 자동차의 설계와 부품 구매 단계부터 개당 단가를 1원이라도 낮춰 최종 제품 경쟁력을 최고로 높이는 신기, 즉 이목표를 향해 전 구성원이 하나의 생물체처럼 움직이는 놀라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똑같은 경쟁에서 어떻게 도요타를 이기겠습니까? 

도요타 생산방식_원가 절감

 

일론 머스크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새롭게 '설정'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판매된 이후에 차의 가치가 계속 커지는 방식을 생각해낸 것이죠. 어려운 말로 하면, '소유 기간 내의 총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일반적인 차량은 구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가치 감소)가 일어납니다. 도요타처럼 내구성이 좋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차는 감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래도 사는 시점부터 차량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는 점에서는 예외일 수 없습니다. 

 

머스크는 차량의 가격 경쟁력, 원가 경쟁력을 TCO (Total cost of Ownership) 의 관점에서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힘을 통해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일단 모델3, 2025년 양산될 모델2처럼 차의 가격을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추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만, 여기에 더해 차를 구입한 이후에도 가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차를 제공하기로 한 겁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초기에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테슬라 차를 구입할겁니다. 차를 오래 타도 가치가 유지된다는 만족감을 느끼고, 혹시 나중에 팔 때도 다른 차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는 현재 판매되는 모든 차 가운데 테슬라에서만 제대로 구현되는 차량 기능의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를 통해 실현됩니다. 차를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OTA를 통해 차량 기능이 개선되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거죠. 특히 테슬라에 탑재된 주행보조기능은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성능이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탈 때마다 기능이 좋아지니 차량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판매 시점의 가격을 도요타처럼 나주기는 어렵더라도, 판매 이후 가치가 유지되고 오히려 더 좋아지니 결국엔 테슬라가 도요타를 이길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테슬라 자율주행기능 무선업데이트

 

2020년 7월 22일, 머스크는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말합니다. 

 

"풀 셀프 드라이빙(FSD, Full Self Driving)이 앞으로 계속 발전하고 또 규제 문제만 해결된다면, 기존 테슬라 차량의 가치가 최소 5배 이상 상승할 수 있다."

 

FSD는 향후 지속적인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진짜 자율주행기능까지 제공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이 기능이 계속 발전하면 내가 산 차의 가치가 5배나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5,000만원 주고 산 내 차가 자율주행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2억 5천만원의 값어치를 하는 차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 Full Self Driving, FSD

 

내가 소유한 테슬라 차량이 업데이트를 통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로 바뀌었다고 생각해보면 어떤 일이 가능해질까요? 내가 차를 쓰지 않는 시간대에 '무인 우버'처럼 다른 사람에게 내 차를 빌려주고 돈을 받을 수도 있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이 원할 때 차를 이용하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후, 대부분 시간을 주차장에 세워둡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차를 이용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만약 평균적으로 하루에 2시간만 사용한다면, 나머지 22시간은 가동을 안 한다는 겁니다. 24시간 기준으로 가동률을 단순 계산하면 8%에 불과합니다. 

 

머스크의 말은 이렇게 낭비되는 대부분의 시간을, 차량 소유자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변화는 업계의 기존 구성원이 아니라 '굴러들어온 돌'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떤 차를 구입했는데, 내가 안 타는 시간에 스스로 돈을 벌어다 주는 차라면 어떻겠습니까? 이 차의 '가격 경쟁력'을 당해낼 차가 있을까요? 

 

테슬라는 과제를 완전히 새롭게 설정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의 경쟁구도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