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때 코끝을 찡하게 했던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 공익광고의 배경음악을 기억하시나요?
음악 속 가사중 일부를 기억하실거 같네요, 바로...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고 하는 ‘상록수’입니다.
저도 노래가 주는 웅장감과 가슴 먹먹함만 기억할 뿐 작가를 알지 못했습니다.
대학 시절 술집에서 떼창하던 ‘늙은 군인의 노래’
늙은 군인의 노래 (양희은) 가사 동영상 (youtube.com)
통기타로 한 번쯤은 읊조려 봤을 ‘친구’,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불렸다는 ‘아침이슬’까지.
아침이슬 (youtube.com)
김민기는 타고난 예술가로, 경기중·고를 나온 수재인 그는
“경기중·고를 다닌 게 아니라 경기중·고 미술반을 다녔다”고
할 정도로 그림을 좋아했고,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 진학했습니다.
고교 시절 누나가 사준 클래식 기타로 음악에도
눈을 뜬 그는 음악에서 천부적 재능을 발휘했습니다.
대표작 중 상당수가 즉석곡인 점도 대단합니다.
‘친구’는 고교 때 바닷가로 놀러 갔다가
한 후배가 익사하자 급거 서울로 돌아오는 야간열차에서 썼고,
‘상록수’는 군 복무 후 위장 취업한 봉제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합동결혼식 축가로,
‘늙은 군인의 노래’는 군 시절 주임상사의
퇴역 기념가로 지어준 노래라고 합니다.
‘아침이슬’은 대학을 휴학하고 고교·대학 동창인 김영세(이노디자인 대표)와
듀엣을 할 때 만난 양희은을 위해 작곡했습니다.
당시 양희은은 버스 회수권조차 친구들로부터 얻어 쓰던 때라고 하네요.
그는 1970~1980년대 저항가요의 상징이었지만,
투사가 아니라 평범한 생활인의 삶을 살았습니다.
민통선 안에서 농사짓고, 때때로 탄광 광부, 김 양식장 잡역부도 했습니다.
40세 때인 1991년 이후 그가 평생을 바친 일은
대학로 소극장·극단 ‘학전’을 통한 문화운동이었습니다.
학전이 배출한 가수가 1000회 이상 공연을 한 김광석입니다.
이곳 출신으로 영화계 스타가 된 배우들이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
이른바 ‘학전 독수리 오형제’!
학전의 대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독일 원작자로부터
세계 150여 개 공연 극장 중 김민기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의도를 이해한 연출자라고 평가받았습니다.
김민기는 늘상 배우·가수는 ‘앞것’, 스태프인 자신은 ‘뒷것’이라고 했다지만
노래와 공연을 통해 시대를 이끌었던 그가 진정 ‘앞것’이지 않았을까.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흡사 묘비명 같은 노랫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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