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이라곤 없던 코미디언이 심리적으로 취약한 여성에게 친절을 베푸는 순간~
두 사람의 삶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숨 막히는 집착이 시작된다!
베이비 레인디어
주연 : 리처드 개드, 제시카 거닝, 나바 마우
크리에이터 : 리처드 개드
영국 런던의 한 술집. 안쓰러운 행색의 마사(제시카 거닝 분)가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영화 스포일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 보세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본업인 바텐더 도니(리처드 개드 분)가 따뜻한 홍차 한잔을 무료로 건넸을 때
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저는 잘나가는 변호사예요. 고급 저택도 몇 채나 있죠.”
부자 동네에 살고 유명인과 친분이 있음을 수다스럽게 읊어댑니다.
경박한 특징의 웃음소리가 상대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친절을 베푼 도니는 몰랐습니다.
마사가 악명 높은 스토커란 사실을~
아기 순록’이라는 의미의 넷플릭스 7부작 ‘베이비 레인디어’는 호러 스릴러처럼 시작됩니다.
그의 한 번의 친절에 과하게 기댄 마사의 반응은 이후,
매일 출근 도장 찍듯 술집에 매일 찾아오는데
돈이 없다며 음료는 주문하지 않아
도니가 매일 음료 값을 지불하죠~
아직 도니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마사는 매일 80통씩 도니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내용도 저속한 내용의 이메일을요~
매일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마사~
도니가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인사를 건네며 집에도 가지 않는지 계속 앉아 있습니다.
마사는 도니를 아기 순록 '베이비 레인디어'라고 부르고 스토킹을 이어갑니다.
마사의 행동 이런 행동에도 도니는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합니다.
정색은 하지만 그의 미적지근한 행동이 이어지죠~
마사가 페북 친구 요청을 했는데 도니는 이것마저 수락합니다.
사실 마사는 연쇄 스토커로 4년 6개월을 받은 이력이 있는 스토킹 전과범입니다.
시리즈의 뼈대는 영국 작가인 개드가 직접 겪은 이야기입니다.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은 물론 주인공 역할 또한 그가 맡았습니다.
원작은 그의 모놀로그(1인극) 연극이지만 넷플릭스로 와서 거닝의 훌륭한 연기가 더해졌고~
빈틈없는 장면들의 연결, 빠른 극 전개 덕분에 몰입감이 높았습니다.
극도로 집착하는 여자하면 영화 ‘미저리’(1991)를 떠올리게 되는데
마사라는 캐릭터는 전혀 용의주도하지 않습니다.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생쥐처럼 웅크린 그녀의 모습은 때때로 안쓰럽기~~
드라마 상에서 마사는 도니에게 묻습니다.
“당신도 나처럼 상처받은 적 있죠?”
마사의 질문에 도니는 꼭꼭 숨긴 과거를 되짚기 시작하고,
과거 충격적인 일들을 경험한 도니!
도니는 성적인 혼란을 겪었고 정체성에 대해 방황 중이었습니다.
도니의 과거는 어떤 이에겐 불편하고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도니의 연인으로 나오는 트랜스젠더인 '테리'라는 캐릭터~
19금이 붙은 이유가 있더라고요 ^^
거칠고 배려 없으며 서슴없이 도니에게 직진하는 마사의 태도는
도니 자신의 불안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즉, 도니는 마사의 모습에서 자신을 본 것입니다.
'베이비 레인디어'는 암울하고 슬픈 스토리입니다.
드라마 초반의 마사 캐릭터는 영화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 같은 스토커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풀어질수록 스토커 피해자 도니의 반사회적이고 불쾌한 사건들을 알게 됩니다.
마사의 과거는 나오지 않지만,
그녀 역시 도니처럼 자기혐오, 불안, 두려움을 가진 존재라는 걸 알게 하는 단서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도니가 마사를 강하게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로 보입니다.
마사는 도니를 애착의 대상으로 여겼고 집착, 광기로 변모해갑니다.
실제로 마사가 도니에게 보낸 메일과 메세지는 어마어마합니다.
- 총 41,0171통의 이메일
- 350시간의 음성 메일
- 744개의 트윗
- 46개의 페이스북 메세지
- 106 페이지의 편지
도니는 학대와 강안의 피해자였는데
오히려 그런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일그러져 있었고
자신을 똑같은 방식으로 학대합니다.
그리고 다른 방식의 고름과 상처를 갖고 있는 마사라는 존재를 만나
자존감이 전혀 없었던 두 사람은 서로가 미러링을 하죠.
시리즈는 치유와 감동을 거쳐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 시점에 더 큰 복병이 나타납니다.
자신을 아기 순록으로 부르는 스토커보다 더 어이없고 버거운 것들인 것이죠.
위대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 그럴 수 없는 현실 사이에 있는 것들.
이 때문에 드라마는 최후의 순간까지 팽팽한 갈등을 놓지 않습니다.
못생기고 뚱뚱한 악질 스토커의 속 시원한 말로를 기대했다면 불만족스러우실겁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선 강한 여운이 느껴지실거에요~
뜻밖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도 볼만합니다.
마블 주인공처럼 무지막지한 최악의 상대와 싸우며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는 스토리 아시죠?
드라마 속에서 마사는 도니에게 그와 같은 존재로 그려집니다.
저는 보는 내내 도니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충분히 냉정하게 끊어낼 수 있잖아!! 쫌!!
마사의 스토킹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여지를 남기는 듯한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니의 마약과 성폭행이 반복되는 도니의 과거를 보고 도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자기혐오와 성정체성의 혼란!
그런 시기에 본인을 칭송해주는 듯한 마사가 괴로우면서도 자존감이 올라가는 느낌의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거죠.
심리적 혼란을 아주 세심하게 표현해 내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강추입니다~
보고나서 약간 찝찝하기도 하고 음울하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무튼, 그럼에도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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